정책자금 상담을 오시는 대표님들께서 가장 먼저 꺼내시는 말씀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어떤 정책자금이 제일 좋나요?" "지금 받을 수 있는 자금이 뭐가 있나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자금이 급하니까 상담을 오신 것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되묻습니다. "대표님 회사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부터 같이 보시죠."
같은 '자금 부족'도 원인은 제각각입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상담을 해보면 겉으로는 똑같이 "돈이 필요하다"고 하시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 매출이 빠르게 늘면서 원재료 대금이 먼저 나가 현금이 도는 속도를 못 따라가는 경우
- 설비를 늘리면 주문을 더 받을 수 있는데 시설 투자 재원이 없는 경우
- 거래처 결제가 밀려 일시적으로 현금이 막힌 경우
- 기존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 실질 가용 현금이 줄어든 경우
- 매달 적자가 나는데 그 적자를 새 대출로 메우고 있는 경우
앞의 네 가지는 자금조달로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경우는 다릅니다. 자금을 더 넣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대출이 아니라 사업구조를 먼저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진단'을 먼저 합니다
병원에 가면 의사가 바로 약을 처방하지 않습니다. 어디가 아픈지, 왜 아픈지부터 봅니다. 기업도 같습니다. 저는 자금을 추천하기 전에 이런 것들을 확인합니다.
- 자금이 필요한 진짜 이유 — 운전자금인지 시설자금인지, 성장 때문인지 적자 때문인지
- 최근 3년 숫자의 흐름 — 매출·이익·현금흐름이 같은 방향인지, 어디서 어긋나는지
- 기존 차입 구조 — 얼마를, 어떤 조건으로, 어디에 쓰고 있는지
- 신용과 세금 상태 — 당장 심사에 영향을 주는 요소
- 보유 자산 — 특허·인증·연구소 등 가점으로 쓸 수 있는 것
진단이 먼저여야 자금도 제대로 받습니다
순서를 바꾸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진단 없이 "지금 되는 자금"부터 넣으면, 한도도 작게 나오고 금리도 불리하게 받기 쉽습니다. 반대로 기업 상태를 먼저 정리하고 그에 맞는 자금 경로를 고르면, 같은 회사라도 한도와 조건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진단을 하다 보면 자금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보입니다. 어떤 기업은 재무구조를 손봐야 하고, 어떤 기업은 인증이나 연구소를 준비하는 것이 다음 자금조달에 훨씬 유리합니다.
우리 회사는? — 스스로 점검해 보세요
- 지금 필요한 자금의 "용도"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 그 자금이 들어오면 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지는가
- 최근 자금 부족이 일시적인가, 반복되고 있는가
- 자금 외에 먼저 정리할 문제는 없는가
정책자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저는 자금을 소개하는 사람이기 전에, 대표님 회사의 문제가 무엇인지 같이 찾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말씀드립니다. 정책자금부터 찾지 마시고, 기업진단부터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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